데이터 장벽(Data Barriers) — 초지능 시대의 새로운 차별 구조
1. 초지능 시대의 도래와 데이터 격차의 구조화
현대 사회는 초지능 AI의 등장을 통해 기술 혁신의 극대화를 경험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가장 큰 위험은 인간들 사이에 데이터 기반 차별 구조, 즉 ‘데이터 장벽’이 형성되는 현상이다. 기존 사회의 차별이 국적·재산·교육·지역 등의 요소에서 비롯되었다면, 초지능 시대의 차별은 그보다 훨씬 근본적인 요소인 데이터 접근력과 데이터 품질에서 발생한다. 인간이 어떤 데이터를 갖고 있는지, 얼마나 양질의 데이터를 생성해왔는지, 그리고 그 데이터를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가 사회적 기회를 결정한다.
사회는 이미 데이터가 개인의 경제력·사회적 영향력·기술 접근성·직업 선택에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초지능 시대의 AI는 더 많은 데이터, 더 질 높은 데이터를 보유한 개인을 우선적으로 지원하며, 데이터 부족자는 과거의 기회 불평등을 넘어선 새로운 소외를 경험한다. 정보 격차가 아닌 ‘데이터 인생차’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한 격차는 인간이 생성하는 데이터뿐 아니라, 기업·국가·플랫폼이 보유한 데이터에 얼마나 접근할 수 있는지에 따라 극도로 심화된다. 특정 집단은 AI가 분석한 고급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받을 수 있지만, 다른 집단은 제한된 정보만 보고 판단해야 한다. 이 구조는 인간의 판단 능력·사회적 이동성·경제적 가능성 전체를 갈라놓는 초지능 시대의 본질적 장벽을 만든다.
데이터 장벽은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문명 구조 전체를 흔드는 문제이며, 이를 해소하지 않으면 초지능 문명은 인간 간 불평등을 역사상 가장 극단적인 수준으로 확대할 위험이 있다.

2. 개인 데이터를 둘러싼 불평등과 기회의 분할
초지능 시대의 데이터 장벽은 개인이 가진 데이터가 곧 자산이 되는 현상에서 출발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온 경험·취향·관계·의사결정 패턴·학습 이력 등을 데이터로 축적하고, AI는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에게 최적화된 조언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결과적으로 많은 경험을 기록하고 의미 있는 데이터를 꾸준히 생산한 사람은 AI로부터 ‘고급 미래 전략’을 받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AI가 제대로 분석할 만한 재료가 부족해 단순한 일반화된 결과만 받게 된다.
데이터가 풍부한 사람은 건강 관리부터 투자, 직업 선택, 교육 경로, 인간관계까지 모든 영역에서 정교한 안내를 받으며 인생을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 반면 데이터가 부족한 사람은 AI의 예측력이 떨어지고, 개인화된 전략이 제공되지 않아 사회적 격차가 더욱 심화된다. 이때 사람들은 단순히 ‘스펙이 부족한 상태’가 아니라, 데이터 자체가 부족한 상태, 즉 새로운 형태의 빈곤에 놓이게 된다.
더 나아가 데이터 장벽은 정보 접근성뿐 아니라, 데이터 수정권·데이터 해석권·데이터 삭제권과 같은 ‘데이터 통제권’의 여부에 따라 또 다른 차별을 만든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관리하며 미래 설계를 개선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은 플랫폼이 정한 방식대로만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어 스스로의 인생조차 통제하기 어렵다.
결국 데이터 장벽은 개인의 삶의 질뿐 아니라, 미래를 향한 선택지의 폭 자체를 분리하며 인류를 새로운 계층 구조로 나누게 된다.
3. DID 기반 데이터 평등 인프라와 장벽 해소 전략
초지능 시대에 데이터 장벽을 해소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 기술이 바로 DID(탈중앙 신원) 기반의 데이터 주권 시스템이다. DID는 개인이 자신의 데이터를 직접 소유하고, 저장하고, 관리하며, 필요할 때 정확한 범위 안에서만 AI나 서비스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설계된 구조이다. 이 구조는 데이터가 플랫폼에 의존하는 형태를 벗어나, 개인 중심의 흐름으로 이동시킨다.
DID를 활용하면 사람은 자신이 생성한 데이터뿐 아니라, 플랫폼이 보유하고 있던 데이터, 기관이 보관 중이던 정보를 모두 스스로의 통제 아래 둘 수 있다. 이는 데이터 불평등의 출발점인 데이터 접근권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또한 DID는 개인이 자신의 데이터를 어떤 AI에게, 어떤 목적에 맞추어, 어떤 기간 동안 사용할 수 있게 할지 직접 조정할 수 있게 한다.
더 중요한 것은 DID가 개인 데이터의 품질을 관리하고 보정할 수 있는 데이터 정합성 계층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이는 불완전하거나 단편적인 데이터를 가진 개인에게도 AI가 충분한 분석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기반을 만들어 준다. 데이터가 적어도, 데이터가 지저분해도, 데이터가 불균형해도 DID 기반 데이터 구조는 이를 일정 수준 정제해 AI 분석에서 발생하는 차별을 줄인다.
이러한 구조는 데이터 장벽을 완전히 사라지게 하지는 못하더라도, 인간이 기술과 경쟁하는 시대에서 데이터로 인해 발생하는 차별을 최소화하는 신뢰 인프라를 구축한다. DID는 초지능 시대의 불평등을 완충하는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인간 중심적인 기술적 해답이다.
4. 데이터 장벽 이후의 문명 구조와 새로운 인류 규범의 필요성
데이터 장벽은 단순한 정보 불평등이 아니라, 인간의 삶 자체가 계층화되는 문제다. 이 장벽이 확고해질수록 사회는 데이터 상위층·데이터 중간층·데이터 하위층이라는 새로운 계급 구조를 갖게 되고, 이 구조는 기존 계급보다 훨씬 고착화될 위험이 있다.
인간의 능력이 노력이나 환경만으로 결정되는 사회는 이미 지나갔고, 이제 인간의 능력은 보유한 데이터의 양과 질에 의해 결정되는 사회가 도래한다. 사람은 데이터가 있어야 미래를 예측할 수 있고, 데이터가 있어야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데이터가 있어야 문명 구조 속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이러한 사회가 지속되면 문명은 ‘초지능의 도움을 충분히 받는 인간’과 ‘초지능의 도움을 거의 받지 못하는 인간’으로 나뉘며, 문명의 전체 효율성에도 심각한 손실을 초래한다. 따라서 초지능 시대에는 기술을 어떻게 발전시킬까보다, 인간이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까가 문명 설계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데이터 장벽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DID 기반의 기술적 인프라뿐 아니라, 데이터 접근권·데이터 이동권·데이터 삭제권·데이터 해석권을 포함한 새로운 데이터 기본권 체계가 필요하다. 인간은 데이터를 소유하는 수준을 넘어, 데이터를 근본적 권리로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초지능 문명은 결국 데이터 장벽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인간에게 가장 공정한 사회가 될 수도, 가장 잔혹한 계급 사회가 될 수도 있다. 문명은 이제 데이터를 가진 자가 아닌, 데이터를 통제하는 자가 되는 미래를 향해 가고 있으며, 이 구조에서 인간은 더 강력한 데이터 주권과 새로운 문명 규칙을 요구받게 된다.